보통 많은 분들은 아픈 부위가 항상 문제가 있는 부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허리가 아픈걸 보니까 허리뼈에 문제가 있나봐.”
“옆구리가 결리네 갈비뼈에 문제가 있나......”
“무릎이 아프다, 무릎관절에 이상이 있나?”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이면에 가려진 진실’ 이라고 해야 할까요.
거창하긴 하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실제로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통 우리는 이것을 key lesion(주요 문제부위, 핵심 문제부위)라고 부릅니다.
얼마 전에 왼쪽 등에 담이 결려서 힘들어 하시던 60대 여성분이 계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거니 기다렸지만, 며칠이 지나도 차도가 없고 움직이기가 힘들어서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하지만 몸을 만져본 결과 원인이라고 지목된 부위는 위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부위들을 하나하나 균형을 맞춰놓고 나서 움직여 보시라고 했더니 바로 통증 없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통증을 느끼는 부위는 손도 대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지요. 50대 여성분이 왼쪽 어깨가 움직이는 데는 불편함은 없는데, 뭔가 당기는 듯 한 통증이 있다고 호소하셨습니다.
하지만 몸을 만져본 결과 원인이라고 지목된 부위는 위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두 부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어깨의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요?
왜 아픈 부위와 상관이 없다고 느껴지는 부위에 통증의 원인이 있는 걸까요?
그것은 인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한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이것인 다른 부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인체를 하나로 이어주는 것이 바로 fascia입니다. fascia는 콜라겐이라는 섬유들로 직조된 3차원적인 스웨터로서, 인체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을 예로 들어보도록 하지요. 위의 그림에서는 오른쪽 어깨와 왼쪽 다리 부분에서 fascia라는 옷을 잡아 당기고 있습니다. 그러면 온 몸에서 그 영향을 다 받습니다. 때로는 배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때로는 왼쪽 어깨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통증을 호소하는 분의 이야기만 듣고서는 그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A라는 사람, B라는 사람, C라는 사람의 증상이 겉으로는 같아 보여도, 그 원인은 각기 다를 수 있습니다.
A: ‘나는 왼손잡이이고, 골반과 어깨는 이렇게 틀어져 있어. 그리고 몇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목과 허리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지. 그런데 지금 머리가 아파.’
B: ‘나는 앉아서 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얼마 전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엉덩방아를 찧었어. 그런데 그때 이후로 머리가 아파.’
C: ‘나는 집안일만 하는 전업주부인데, 무리해서 일하거나 신경만 쓰면 머리가 아파.’
인체는 각자 나름의 이야기(story)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나름의 방식대로 몸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습니다. 당사자가 미처 입으로 해주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손을 통해서 느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 모든걸 풀어나가는 열쇠가 마음에 있을 때도 있습니다. 바디워커(body worker)라면 이러한 몸과 마음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각자에게 적절한 최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체를 다루는 osteopath(정골요법사)들은 정형화된 공식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압니다. 그저 테크닉만 모방하여 따라하는 imitator가 아닌, 인체에 대한 통찰과 이해를 가진 artist라면 말입니다.
아픈 곳이 항상 문제 있는 부위를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치유사례들*** > 1.단상(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상] '고난'과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0) | 2015.10.21 |
---|---|
[단상] 심리적 역전: 낫고자 하는 '의식'과 아프고자 하는 '무의식'의 대결 (0) | 2015.04.12 |
[단상]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습니다 (0) | 2014.02.23 |
[단상] key lesion(주요 기능장애 부위)는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0) | 2013.12.05 |
[단상] 치유를 방해하는 경직된 몸, 뻣뻣한 몸, 이완되지 않는 몸. (0) | 2013.11.28 |